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인 2일부터 4·15 총선 격전지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을 지원 사격한다. 지난해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도 고사했지만,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오자 민주당의 '지원군'으로 등판하는 모습이다.

임 전 실장의 첫 목적지는 '수도권 삼각벨트'의 한 축으로 꼽히는 서울 광진을이다. 민주당의 고민정 후보와 함께 오전 7시부터 출근길 유세차량에 몸을 실을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의 1기 청와대 참모진이라는 인연 외에도, 광진을이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늠할 주요 격전지로 떠올랐다는 점이 작용했다.

임 전 실장 측은 추후 다른 격전지에서도 지원유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전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세 지원) 기준이나 방침은 특별히 없지만, 후보가 열심히 하고 계시고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종로 출마설을 뒤로 하고 은퇴를 선언했으며, 민주당 지도부의 호남 공동선거대책위원장직까지 고사한 바 있다.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 대상에도 오른 상태다. 그런 그가 지원유세에 나선 데는 문재인 정권 3년차에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 '원내 1당'을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상임선대위원장들의 예상된 공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대표는 건강 문제로 최근 입원하는 등 현장을 지원하기 어렵고, 이낙연 전 총리 역시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종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이를 놓고 "당원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일부 지역의 민주당 후보들과 이미 접촉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전남 목포를 찾아 서울시에서 인연을 맺은 김원이 후보를 만났고, 강원 속초 인제·고성·양양의 이동기 후보와 마주했다고 한다. 목포는 4선 박지원 민생당 의원과 김 후보,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맞붙는 전남의 '정치1번지'다. 속초는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이 강세를 보인 강원도의 험지다.

임 전 실장의 등장은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동구을)의 행보와 더불어 주목을 받고 있다. 4선의 유 의원 역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선대위에도 불참했으나, 최근 "계파를 따지지 않고 어떤 후보든 돕겠다"고 했다. 전날에는 서울 동대문구로 지역구를 옮긴 이혜훈 의원의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유 의원의 경우 총선에 기여해 대선주자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행보"라며 "그동안 대구·경북 지역에 묶여있었던 만큼 수도권 후보들을 지원하며 존재감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행보가 아닌, 당을 위한 헌신일 가능성이 높다"며 "수도권 압승이 예상됐던 초반과 달리 위기감이 형성되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