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여성 후보들은 대부분 남성 후보들과 대결해야 한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의 여성 후보는 총 58명이다. 이들 중 절반 정도인 25명은 현역 의원이지만 나머지 후보들은 상당수가 정치 신인이거나 ‘험지’ 출마자가 많은 편이다. ‘여성 대 여성’ 경쟁이 펼쳐지는 지역구도 7곳에 달한다.

남성 기득권이 강한 정치판에서 공천의 ‘바늘구멍’을 통과해 올라왔지만 본선 승리가 쉽지 않고, 여성 후보끼리 맞붙는 경우 한쪽은 ‘버려지는 카드’가 될 수밖에 없는 구도다.

남영희, 인천 안상수에 맞서
양향자, 천정배와 ‘리턴매치’
이재정·추혜선, 심재철 협공
서초을 박경미·경주 정다은
여당 ‘한 번도 못 이긴 곳’에
7곳에선 ‘여성 대 여성’ 대결
덕양갑·동작을 등 시선 집중

경향신문이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후보들을 분석한 결과 민주당은 32명, 통합당은 26명의 여성 후보가 등판했다. 현역 의원을 제외하면 각각 18명과 14명이 신인 등 원외 인사다. 이들은 대부분 남성 후보들과 맞붙는다.

남성 다선 의원과의 대결은 여성 후보들에겐 가장 어려운 승부다. 인천 동·미추홀을에 출마한 민주당 남영희 후보는 인천시장을 두 번 역임한 3선 의원인 통합당 안상수 후보를 상대해야 한다. 설상가상으로 안 후보 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한 윤상현 후보는 3선의 지역구 현역 의원이다. 두 남성 3선 의원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셈이다. 광주 서을에선 민주당 양향자 후보가 6선 의원인 민생당 천정배 의원과 ‘리턴 매치’를 갖는다. 경기 안양동안을에선 초선 여성 의원 2명이 5선인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대결한다. 민주당 이재정,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그들이다.


4·15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오른쪽)가 2일 서울 광진구에서 유세 지원을 온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 후보들이 남성 현역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닦아놓은 조직력과 인지도 등 기성정치의 벽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 한 여성 의원은 “현역 남성 의원을 이기려면 2배, 3배는 더 뛰어야 이길까 말까 한다”며 “시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험지에 출마한 여성 후보들은 이중고를 감당해야 한다. 여성 후보가 겪는 지역구 선거의 장벽도 넘어야 하고, 남성 후보들도 힘든 ‘험지 산맥’을 혼자 힘으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박경미 의원과 청년 후보인 정다은 후보가 역대 총선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이 이기지 못한 서울 서초을과 경북 경주에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통합당에선 배현진 후보가 서울 송파을에 나섰고, 이수진 후보가 전북 전주을에서 뛰고 있다.


여성 후보 간 대진표가 확정된 곳도 7곳이다. 현행 승자독식 선거제도하에서 한 후보는 반드시 떨어질 수밖에 없어 여성정치 입장에선 ‘안타까운 결과’가 예견돼 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경기 고양덕양갑이다. 4선에 도전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에 맞서 민주당 문명순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두 후보는 노동운동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서울 동작을에선 판사 출신인 민주당 이수진 후보와 4선인 통합당 나경원 의원이 맞선다. 정치권은 두 후보의 대결을 수도권 최대 승부라고 강조할 뿐 아니라 민주당과 통합당의 승패를 결정짓는 가늠자라는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서울 중랑갑에선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 통합당 김삼화 의원이 현역 간 맞대결을 펼친다. 통합당 이수희·정미경 후보는 각각 서울 강동갑과 경기 수원을에서 현역 의원인 민주당 진선미·백혜련 의원의 아성에 도전했다.

여성 현역 의원들의 경우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그렇다고 현역 프리미엄 자체가 당선을 보장하진 않는다. 한 여성 현역 의원은 “여성 신인을 맞상대로 배치한 경우 상대 당이 자객 공천이라는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자원이 풍부한 남성보다 여성 현역에겐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